Tuesday, March 3, 2020

청소기는 어떻게 구입해야 할까? (유선 vs 무선)


이번은 청소기다.

집 청소의 메인격으로는 부적합한 무선청소기


처음에는 무선청소기였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무선청소기를 구입할 생각이었다. 시작은 다이슨이었고, 직구였다. 한국에서 다이슨을 구입하려면, 직구하는 가격의 두 배는 줘야 했다. A/S 때문에 그정도로 웃돈을 주고 구매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이슨을 알아보다가...

샤오미 드리미 V9, V10를 보았다. 성능이 다이슨에 준하지는 못하겠지만 괜찮은 가격에 디자인을 생각하면 충분히 구미가 당겼다. 배터리가 일체형이지만 그건 국내 배터리셀로 직접 교체해주는 배터리 전문 수리 업체가 존재하므로 별로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흡입력이 관건이었다. 내가 가전을 구입할 때 참조하는 사이트가 딱 2곳 있다. 이준노 대표의 블로그와, Wirecutter다. 둘 다 공통점이 있다면 한 프로덕트에 대해 집요하게 분석하고 비교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글을 보면 많은 참고가 된다. 이 글을 보면 알겠지만 무선청소기 3총사인 코드제로, 다이슨, 삼성의 파워 건 모두 최대 흡입력이 시원치 않다. 무선청소기의 한계다.


청소기는 어떻게 골라야 하나? 관건은 흡입력


집을 청소하기에 충분한 흡입력이 도대체 어느정도인지 궁금할 수 있다. 이준노 대표의 글을 참조하면, 마루바닥은 100AW, 카펫이나 자동차 청소에는 200AW 이상의 청소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애완동물이 있는 집안이라면 더더욱 200AW 이상이 필요하고.

무선청소기는 대체로 100AW에서 150AW를 오간다. 최근 출시된 삼성 제트는 200AW까지 최대 파워를 올릴 수 있다고 하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그정도면 배터리에게 고문 아닌가?!

dyson aw 이미지 검색결과
▲Dyson의 제품별 흡입력 비교

결국, 집의 메인 청소기를 구입하려면 유선 청소기를 고려해야 한다. 그럼 당연하게도 흡입력을 기준으로 청소기를 비교해봐야 할 터, 어떻게 비교하면 될까? 소비자가 참조할 수 있는 것은 Airwatt다. Airwatt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

객관적 비교를 불허하는 제조사들의 엉터리 흡입력 표기


문제는 업체들이 AW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의무 표기가 아닌 것인지, 다이슨 같은 글로벌 업체는 제품별 AW를 명시하고 있지만, 삼성이나 LG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객관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일인지. 왜 우리의 합리적 소비를 가로막는 거엿

그래서 사람들은 소비전력을 기준으로 구입하는 일이 잦다. 때문에 이런 해프닝도 생긴다.

▲일렉트로룩스의 흡입력 표기, 솔직한 말로 기겁을 했다.

최대소비전력을 흡입력이라고 표기하다니! 소비자들은 이 엄청난 흡입력을 보고 구매결정을 할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청소기들의 몇백 와트에 불과하던 흡입력을 보다가 "글로벌 업체 일렉트로룩스"의 진일보한 청소기를 보고 경탄하며 구입할지 누가 아나?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이렇게 제멋대로인 흡입력 표기에서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는 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다. 앞서 본 일렉트로룩스 퓨어C9(PC91-4IG)의 최대흡입일률을 바로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소비전력은 1200W, 최대흡입일률은 273.5W다. 그래서 효율등급이 5등급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측정한 바로는 퓨어C9(PC91-4IG)의 최대흡입일률은 273.5W이다. 별로 우월한 흡입일률은 아니다. 몇년 전에 출시한 LG의 싸이킹의 최대흡입일률이 400W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말이다. 

LG보다 더 저렴한 삼성의 유선청소기들도 300W 후반대의 흡입일률이 나온다. 줄여말하면 하나도 우월할 것이 없는 수치다. "1400W 파워!"라고 광고했던 문구가 무색하다. 

추가로 고려할만한 요소들 1. HEPA


우리나라는 캐니스터형 청소기(바퀴달린 본체가 따로 있는 형태)가 시장의 주류를 이룬다. 그래서 제품의 종류를 비교할 일은 없다. 미국은 업라이트형 청소기가 대세여서 Wirecutter의 리뷰는 별로 참고가 안됐다. 그럼 추가로 고려할만한 점이 뭐가 있을까?

최근에는 HEPA 필터가 중요한 고려요소로 작용한다. HEPA13, 14를 넘어서 더블 헤파필터까지 나온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한 기원은 나도 모른다. 기껏 청소했는데 청소기에서 또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말이 얼마나 깨름칙한가! 이런 말은 전파력이 강하다.

그래서 여기서 또 복병이 출현한다. HEPA는 뭘로 골라야 하지? 하고. 당연하게도 등급이 높을수록 좋지만, 조밀한 필터를 거치느라 풍량이 따라서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비슷한 흡입일률이라면 높은 필터를 적용한 청소기를 구입하는 게 합리적이다.
* 앞서 언급한 퓨어C9의 경우는 더블헤파필터를 사용한다. 그래서 흡입력이 경쟁 제품 대비 적은 걸지도. ㅎㅎ

H12, H13, H14와 같은 숫자를 굳이 표기하지 않는 제품도 있다. 이것도 재밌는 부분인데, 상품 설명에서 이와 같은 숫자를 보기 힘들다면 대체로 H12 이하급의 필터라고 추측이 가능하다. H13, H14급 정도 되면 굳이 써붙이면서 광고하기 때문이다. 얕은 수다.
* 참고로 드리미V10이 사용하고 있는 술수입니다.

추가로 고려할만한 요소들 2. 브러쉬


무선청소기의 다양한 브러쉬들을 보면 혹한다. 침구를 두드리면서 먼지와 진드기를 털어내는 것도 있고(!), 구석구석 청소하는데 아주 요긴해보이는 브러쉬들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무선청소기만큼 다양하진 않지만, 유선청소기도 청소기별로 다양한 브러쉬를 제공한다. 그래서 비교해보고 구입하면 된다.

집에서 러그와 침대를 청소할 일이 잦으므로, 내가 주로 고려한 것은 침구 브러쉬다. 브랜드별로 각기 지은 네이밍 때문에 헷갈려! LG는 "침구팍팍"이고, 삼성은 "침구싹싹"이걸랑... 나는 결론적으로 삼성의 유선청소기 중 "침구싹싹"을 포함한 유선청소기로 구입했다. 별도로 구입하면 2~3만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추가로 고려할만한 요소들 3. 손잡이, 먼지통 등 편의성 


나는 개의치 않는 부분인데, 청소기 리뷰들을 보면 의외로 손잡이에 전원이나 파워 강약 버튼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파워에 약이 필요한가?" 하는 나로서는 좀 공감이 힘든 부분이지만, 구입하기 전에 이런 부분도 미리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먼지통을 털어내고 씻는 번거로움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이렇게 편의성 측면을 고려하면 생각할 게 많아진다. 바퀴 굴림성은 좋은지, 선은 충분히 긴지, 가벼운지... 이런 부분들은 개취의 영역으로 남긴다.

결론 : 그래서 뭘 샀니? 


▲밥솥 아니다.

디자인 때문에 도저히 수용이 불가능한 LG 싸이킹의 몇몇 제품을 제외하고, 1) 300~400의 최대흡입일률을 가졌고, 2) 침구용 브러쉬가 존재하며 3) 저렴한 제품을 고민하다 삼성의 VC33M21A0L로 결정했다. '블루코스모'라는 정체모를 색상 때문에 끝까지 구매를 고민하다가, 싸이킹의 디자인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는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이 제품 말고도 LG, 삼성에서 출시한 10만원~20만원대의 제품들이 대체로 비슷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 중에서는 헤파필터의 등급과 브러쉬의 종류, 컬러를 보고 결정하면 된다. 생각보다 디자인이나 컬러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다른 제품은?


청소하는 환경에 알맞은 흡입력을 갖추고 있다면 어떤 제품이든 구매 선상에 올릴 수 있다고 본다. 삼성의 청소기를 제외하고 성능 면에서 탑은 싸이킹이다. 디자인은 묻지 말구... 단점은 출시한 지 3~4년 지났다는 것. LG나 삼성이나 유선청소기는 뒷전이 된지 오래인 것 같다. 

앞서 흡입력이 낮다고 일렉트로룩스를 비아냥 거리긴 했지만, 굳이 이중 헤파필터를 단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흡입력도 경쟁 제품 대비 낮은 것이지 집 청소에 부족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준수하구.

오늘도 힘든 의사결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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